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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 POET

니체..

NO WAVE 2011.05.02 11:27

한 철학자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는 깊은 성찰이 있습니다

길은 어두움이 비켜가고 밝아지는 거보니 통이 트는 새벽인가 봅니다

점점 밝아지며 보이는 건

화려하게 건축된 건물과 막 깨어난 인간들입니다.

 

철학자는 건물들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깁니다

그리고 여명 속에 인간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그는 진지한 어조로 읊조립니다

이내 이름을 부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수 많은 철학자들의 이름과 말들이 아침의 풍경 속에 쏟아집니다

 

, 수트를 입은 고상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

철학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철학자는 흡족한 얼굴로 다시 말을 쏟아냅니다

말은 책이 되어 사람들의 손에 읽히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불안한 시대가 열립니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시대를 근대라고 부릅니다

철학자는 오랜 시간 사유를 하며, 또다시 어려운 말들을 쏟아냅니다

인간과 세계를 설명하는 철학자는 널리 알려지며 유명해집니다

 

명성을 얻은 철학자는 다시 길을 걷습니다

시간만이 허락하는 길에서 풍경은 끊임없이 변해갑니다

건물들은 점점 높아지고, 인간들은 좋은 옷과 좋은 물건들을 소유하기 시작합니다

철학자는 시간의 흐름에서 멈춰 발걸음을 외부로 내딛습니다

근대로 걸어온 길은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다시 그는 깊은 사색에 잠기고 은유의 말들을 쏟아냅니다

칸트, 파스칼, 루소, 헤겔, 마르크스

 

갑자기 커다란 소요가 벌어집니다

세계의 지각은 흔들리고, 철학자의 시선의 응시도 흔들리며, 철학자는 추락합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끊임 없는 추락

철학자의 시선에 떨어지는 곳은 전복의 세계였습니다

그는 곧 혼란에 빠집니다

그는 현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보지만

그의 혀는 굳어 버립니다

 

철학자는 이제 스스로 추락하는 힘에 자신의 의지를 상실해갑니다

그는 자신의 기억에서 허상을 떠올립니다

자신이 서 있었던 풍경과 사람들, 내 뱉었던 말들이

모두 뱀으로 변하는 장면이라는 것을

거기에는 백인, 남자, 유럽, 국가, 정치인, 자본가, 예술가, 부르주아라는

허울의 기호 체계만이 가득 찬 세계라는 것을

 

철학자는 시선을 낮춥니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울고 있습니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세계 내 풍경들을 주시합니다

 

철학자는 자신이 지고 있는 말을 더듬어 설명하고 해석하려 노력합니다

말은 굳은 혀 안에 머물러 버립니다 그리고 좌절합니다

그의 사유는 상징 속 실재 계에서 붕괴되어 버립니다

 

철학자는 다시 길을 걷습니다

시선을 세세하게 풍경을 바라봅니다

예전에 보지 못하던 혼돈이 비춰지고 펼쳐집니다

그냥 길을 따르며 그 길을 걷습니다

 

철학자는 다시 평온을 찾습니다

굳었던 혀는 어느새 새로운 문자로 글을 만들어 냅니다

길 위의 바위 위에 종이를 깔고 앉아 철학자는 흙 위에 문자를 씁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둘러 앉아 그 글을 읽습니다

낯설다고 느꼈던 사유의 문자는 새가 되어 날아갑니다

노아의 방주에서 길었던 홍수의 끝을 알리는 비둘기처럼

 

철학자는 먼 곳으로 떠납니다

스스로 머물 곳은 현대라고 읊조립니다

철학자가 머물던 바위는 세계의 정신이었을 것입니다

먼지가 날리고 비 바람이 불며 철학자의 글은 무의식에 귀속됩니다

사람들은 철학자의 글자를 읽으며

자신들만의 가치를 만들어 갑니다

파괴, 해체, 저항, 재분류, 차이, 반복, 허무, 의지

 

철학자는 스스로 영원한 죽음의 회귀 속에 귀속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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