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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es - Black Vinyl Shoes :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는70's 파워팝 명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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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es - Black Vinyl Shoes :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는70's 파워팝 명반

NO WAVE 2011.03.23 12:21


Shoes
Black Vinyl Shoes (1977)

언제 들어도 좋은 앨범. 아쉬운 점은 CD를 구할 수 없다는 점. 대신 Shoes의 자체 레이블 Black Vinyl Records에서 온라인 해외 주문 가능하나 CD-R 이라는 것이다. 나른 나른한 초 봄에 들으면 정말 좋다.


    1. Boys Don't Lie
    2. Do You Wanna Get Lucky?
    3. She'll Disappear
    4. Tragedy
    5. Writing A Postcard

    6. Not Me
    7. Someone Finer
    8. Capital Gain
    9. Fatal
    10. Running Start

    11. Okay
    12. It Really Hurts
    13. Fire For Awhile
    14. If You'd Stay
    15. Nowhere So Fast


리뷰출저 weiv.com  by 이기웅 keewlee@hotmail.com)

1970년대 말은 파워 팝의 전성시대였다. 낵(The Knack)과 칩 트릭(Cheap Trick)을 필두로 한 이 시기의 파워 팝은 디스코의 아성에 맞서는 강력한 대안세력으로 주류 음악계에 작지 않은 돌풍을 일으켰다. 슈즈(Shoes)는 칩 트릭과 더불어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탁월한 파워 팝 그룹이다. 비록 칩 트릭 만큼의 대중적 성공이나 비평적 찬사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남긴 음악적 유산이나 기여는 결코 칩 트릭에 뒤지지 않는다. 제프 머피(Jeff Murphy)와 존 머피(John Murphy) 형제 그리고 개리 클리브(Gary Klebe)를 주축으로 결성된 슈즈는 출발부터 여느 밴드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로컬 씬에서 공연을 통해 실력을 연마한 뒤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하는 일반적인 경로를 택하는 대신 이들은 처음부터 제프 머피의 집 응접실에 모여 티악(TEAC) 4-트랙 녹음장비에 자신들의 음악을 하나씩 녹음하기 시작한 것이다.

1975년의 [Un Dans Versailles]와 이듬해의 [Bazooka] 등 두 장의 비정규 앨범을 완성하면서 자신감을 획득한 슈즈는 1977년에 정식 데뷔 앨범 [Black Vinyl Shoes]를 출반함으로써 본격적인 프로 밴드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자신들이 직접 설립한 블랙 바이닐 레코즈(Black Vinyl Records)를 통해 발매된 이 앨범은 지금까지도 1970년대 파워 팝의 금자탑으로 남아있다. 비록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 앨범은 때마침 불어 닥친 파워 팝 열풍에 힘입어 메이저 레이블인 엘렉트라(Elektra)의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엘렉트라와 계약을 체결한 뒤 발표한 앨범들은 하나같이 상업적 참패를 면치 못했고 이들은 오래지 않아 계약 해지를 통보 받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메이저에서 이들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나마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던 응접실 시절과 달리 이들은 상업적 성공에 대한 부담감과 자신감 결여로 잔뜩 위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첨단 기자재와 전문 프로듀서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슈즈의 음악은 지나치게 평범하고 표준화된 사운드로만 일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슈즈의 마지막 응접실 작품인 [Black Vinyl Shoes]는 이런 맥락에서 하나의 귀감으로 간주될 수 있다. 홈 레코딩 특유의 조악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물오른 창조력과 모험정신으로 이러한 결함을 오히려 이점으로 승화시킨다. 앨범의 빈약한 듯한 사운드는 여기서 이들의 달콤하고 내향적인 멜로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들의 음악은 한마디로 '유약한 샌님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앨범 수록곡이 중간 템포 이상의 빠른 곡들로 구성되어 있지만(느린 곡은 "Fire For Awhile" 하나 뿐이다) 드라마틱한 감정의 표출이나 강력한 파워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다소곳한 보컬과 얌전한 하모니는 마치 수줍음 많은 소년의 나지막한 속삭임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수록곡들은 하나같이 흠잡을 데 없는 멜로디를 자랑하지만 한없이 예쁘고 귀여운 "Okay"는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Tomorrow Night"과 함께 이들의 첫 싱글로 발표되기도 했던 이 곡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팝송이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Black Vinyl Shoes]가 지닌 비장의 카드는 멜로디가 아니라 사운드다. 형편없는 로파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두 장의 앨범을 완성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사운드를 축조해낸다. 오버더빙이나 백워드 루핑 같은 녹음기술은 물론 퍼즈, 디스토션, 피드 백 등 다양한 기타 사운드를 두텁게 배열한 텍스처는 파워 팝을 넘어 노이즈 팝의 영역에까지 이 앨범을 근접시킨다. 녹음장비와 연주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의도였을 수도 있고 단순히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호기심의 산물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결과는 놀라울 만큼 신선하고 성공적이다. 1960년대 이후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퍼즈 이펙트를 재활용해 새로운 음악적 맥락에 접목시킨 "Boys Don’t Lie"를 시작으로 페이저와 퍼즈 인트로에서 피드 백과 디스토션으로 이어지는 "Tragedy" 그리고 퍼즈 베이스와 겹겹이 오버더빙된 기타로 사운드의 벽을 만들어내는 "If You'd Stay"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이 앨범에서 단순한 멜로디 메이커로서만 머무르지 않으려는 야심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Black Vinyl Shoes]는 DIY, 인디, 로파이 등의 말이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에 등장한 DIY 인디 로파이 앨범이다. 또한 이 앨범은 1960년대의 브리티쉬 인베이전과 1980년대 이후의 인디 팝을 잇는 숨겨진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비틀즈(The Beatles)적 멜로디 팝의 전통을 충실하게 계승하면서도 이 앨범은 동시에 지저스 & 매리 체인(Jesus & Mary Chain)이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의 노이즈 팝("Fatal"을 들어보라),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스(Guided By Voices)의 로파이 인디 팝 그리고 슬론(Sloan)이나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의 샌님형 모던 록 등의 출현을 날카롭게 예견한다. 그러나 굳이 이런 식의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이처럼 순도 높은 팝 멜로디에 유혹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재 이 앨범을 구하기가 별로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앨범의 CD 재발매는 그 동안 미국의 사이어(Sire)와 영국의 레브-올라(Rev-Ola) 레이블을 통해 각각 한 차례씩 이루어진 바 있으나 지금은 모두 절판된 상태고 오직 슈즈의 자체 레이블인 블랙 바이닐 레코즈를 통해서만 주문이 가능하다. 200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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