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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테렌스 맬릭의 변증법적 변주

NO WAVE 2011.11.09 23:15


트리 오브 라이프
감독 테렌스 맬릭 (2011 / 미국)
출연 브래드 피트,숀 펜,제시카 차스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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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를 봤다. 웬일인지 배급사인 CJ에서 일반 개봉관에도 걸었지만 역시 상영 1주일만에 교차 상영을 하더라.

은둔자 감독은 우주의 연속성에 대한 많은걸 담아내려했다. 영화 초반부터 중반부까지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방불케 한다. 감히 스탠리 큐브릭만이 시도하던 방식이다. 태초에 우주와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생명의 탄생까지 보여준다. 공룡을 보여줌으로서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한다. 성경의 욥기 구절로 시작하여 영화 내내 신에 대한 물음과 신으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것과는 반대이다. 제목의 생명의 나무에서 '생명'은 과학이고 '나무'는 신에 대한 상징으로 판단할 수 있다.

스피노자의 우주, 진화론과 창조론의 모순
전반부가 스피노자의 우주론(범신론으로 자연이라는 절대적 신의 범주에서 생명의 탄생을 바라보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시각적 기법으로 보여준다면, 이제 한 가정에서 부부와 세아들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아버지역은 브래드피트이고, 큰 아들은 성인이된 숀펜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가장 유명한건 프로이트가 이론화한 오이디푸스 신화(컴플렉스)이다. 아들들은 아버지와의 긴장된 관계에서 어머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플라토닉 러브)을 받는 존재이다. 이 영화의 주제인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플라토닉 러브가 한 가정을 통해 비쳐진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하나님이라는 신과 인간의 관계의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을 창조한 신은 자애롭기도 하지만 폭력적이다. 인간은 신에게 묻는다. "나를 사랑하면서 왜 고통을 줍니까?"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에 하나님이 자신을 버렸다고 원망했다. 그리고 여성인 마리아의 존재 이유는 예수에게 단순히 사랑을 주기 위함이다. 인간은 신을 의심하게 되고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하며 신에 대한 부정의 철학을 완성시켰다. 이처럼 신과 인간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오이디푸스 신화처럼 생명의 나무가 되어 삶의 영속성으로 이어진다.

생명의 나무,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어머니와 아들
전반부에 공룡이 등장하는 중요한 장면이 있다. 포식자가 먹잇감이 되는 공룡을 죽이지 않고 그냥 사라지는 장면이다. 포식자 공룡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먹잇감인 공룡 얼굴에 발을 올리고 알수 없는 표정으로 사라진다. 알수 없는 표정에서 연민의 '자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맬릭은 이 장면에서 강자만이 살아남는 진화론과 지배적인 신적 관계 속에서 사랑이라는 또 다른 이면을 불어 넣는다. 사실 진화론은 강한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이론이 아니다. 종들은 서로 도움 속에서 상호부조하며 좀 더 나은 생명체로 진화한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맬릭은 과학 안에서 신을 보고 신 안에서 과학을 본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통해 신과 인간과의 관계, 자연과 생명의 영속성의 위협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이에 반해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는 신의 자비와 자연의 신비에 대한 경이로움이다. '생명'과 '나무'의 조화 속에 인간의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 성인이 된 아들은 아버지와 화해하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마지막 장면 해변가 장면에서 가족들과 마을의 모든 이들을 만난다.


맬릭의 변증법적 변주의 실패
어느 리뷰에서 이에 대한 모순과 통합을 변증법이라고 표현하는걸 봤다. 또한 맬릭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변증법의 실패에 이른다고 평론한다.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정반합의 변증법에서 '정'이고, 어머니의 사랑에 의한 아들의 관계는 '반'이며, 이를 통해 우주가 완성되는 '합'은 변증법의 변주이다. 다큐멘터리적인 영상미로 담은 생명의 진화 과정을 다룬 중간까지의 전개와 한 가정에서 이뤄지는 후반부의 장면을 연결하지 않는 다면 맬릭의 변증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평론가들은 트리 오브 라이브는 영화적으로 변증법에 도달했으나 철학적으로 변증법에 도달은 실패했다고 언급하는 듯하다. 

변증법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추가하자면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부분이 너무 수동적이다. 남성성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관념을 그대로 유지한채 여성성을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 결국 신은 남성이고, 생명의 기원도 남성이다. 여성은 단순히 남성에게 생명 잉태자로서 사랑을 제공함으로써 세계가 이어진다는 단순성의 철학에 기초하고 있다. 남자는 주체이며 절대이고 여자는 남자의 존재를 위한 타자일 뿐이며 헤겔의 주인과 노예 변증법의 또 다른 범주이다. 맬릭이 본 영화에서 보여주려는 철학적 성찰은 고전적인 헤겔과 프로이트의 중간 위치쯤에 있을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참고로 이 영화의 첫 편집 완성본은 8시간이고 맬릭은 트리 오브 라이프의 6시간 버전을 편집 중이라한다. 본편인 2시간17분은 완성본에 비하면 매릭의 영화를 이해하기에 너무 짧다. 진정한 ‘생명의 나무’와 완성된 변증법의 변주를 알려면 멜릭의 완성본을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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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twitter.com/oIHLo BlogIcon oIHLo 2011.11.10 15:12 신고 글 잘 봤습니다.
    극중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분석은 조금 다르게 봤어요. 분명히 살부의 모티브는 존재하지만, 극중에서 아버지는 (자막에서는 '세속의 길'로 오역된) 'way of nature'를, 어머니는 'way of grace'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봤어요. 그렇지 않다면 어머니의 유년기부터 그렇게 자세하게 보여줬을 리가 없었겠죠.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에게만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한다기보다는 이방인에게도 친절한 은총(grace)이 가득한 인물로, 아버지는 싸우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자연(nature)의 법칙에 충실한 인물로 묘사된다고 봤습니다. 벨로시렙터가 초식공룡을 두고 그냥 가는 모습에서부터 은총이 시작된 것이었겠지요.

    주인공(Jack O'Brien - 이니셜은 J.O.B, 즉 욥)은 자연의 길과 은총의 길 사이에서 고민하다 어머니와 동생 덕분에 은총의 길을 향하기로 합니다. 마지막 결말은... 아 솔직히 그 부분은 저도 마음에 안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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