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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나쓰메 소세키, 근대의 마음을 엿보다 본문

NACHO LIBRE

마음 - 나쓰메 소세키, 근대의 마음을 엿보다

NO WAVE 2012.01.07 00:15

마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나쓰메 소세키 (웅진닷컴,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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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화자 가 있다. 선생님을 바라보는 나의 나와 K를 추억하는 선생님의 나이다. 나는 선생님과 양친을 음성으로 이야기하는 화자이고, 선생님은 K와의 관계를 편지로 쓰고 있는 서술가로서 화자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은 이러한 두 개의 대립되는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제목의 <마음>처럼 대립되는 이야기 구조 속에서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이 있다. 이 마음은 근대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일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메이지 유신의 마음이고, 서양에서 유입된 근대 의 자유에서 비롯된 개인의 마음이다.


일본 문학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나쓰메 소세키. 근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작품으로 일본 문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마음>을 읽다 보면 일본 소설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 문학의 섬세한 문체와 인물의 구

체적인 묘사와 심리적 갈등을 통한 사건의 전개 등이 보인다. 특히 유럽 문학이 사회적 사건을 중심으로 나와 타인의 관계를 조명한다면, 일본 문학은 온전히 나와 타인의 미묘한 관계에서 사건을 확장시킨다.

메이지 시대를 지냈던 젊은 소세키는 영국 유학을 통해 유럽을 경험한 개인주의자였다. 그러나 근대 일본은 천왕이 중심이 된 입헌군주제 국가였다.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제국주의로 향하는 일본은 거대한 전체주의로 나아가고 있었다. <마음>은 소세키의 양면을 잘 보여준다. 나는 선생님을 오롯이 존경하며, 그의 학식과 인품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임종으로 인해 집안을 책임져야만 한다. 새로운 학문과 사상에 대한 동경하는 마음과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하는 경제적 상황을 고민하는 마음이 상충한다. 당시의 고등 교육을 받은 이들의 고민이었을 것이다(소세키의 또 다른 대표작 <도련님>은 속물근성의 인간군상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의 이러한 고민은 존경하던 선생님을 바라보고 선생님의 장문의 마지막 편지를 받는다.

선생님이 부모를 여의고 도쿄에서 공부를 했던 성장 배경과 현재의 부인을 만났던 이야기들이 중심이다. 선생님은
걱정을 하지 않지만 작은아버지 일로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이에 따라 그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혐오감의 마음을 지닌다. 그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 K를 만난다. 이내 K를 자신의 하숙집으로 데려 오는데 이는 자기 만족의 에고이즘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하숙집 주인집 딸을 사이로 둘은 보이지 않는 갈등을 갖는다. K는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지만 자의식이 강함을 짐작 할 수 있다. 그러나 K는 자살을 선택하고 선생님은 이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 혐오하던 이기적인 마음을 탓하며 현실을 도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의 편지는 자신을 존경하고 따르던 나에게 스스로 혐오하던 마음의 고백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먼 옛날의 K를 따라 자살을 선택한다. 나와 선생님의 마음이 연결되는 지점은 바로 근대(소설에서는 현대라고 표현하지만 시점 상 근대라는 표현을 쓰겠다)라는 배경이다. 새로운 학문과 사상을 받아들였던 이들은 전통의 윤리라는 기존의 마음과 근대의 주체로 정의되는 마음의 혼란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했었다.

한편으로 K의 죽음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개인적인 원인이었다면, 선생님의 죽음은 자기 혐오와 반성의 죽음에 머물지 않는다. 선생님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만 메이지 시대의 일본 정신의 전체주의는 벗어나지 못했다. 편지의 마지막 장에서 선생님은 세이난 전쟁에서 패배하고 10년 후 자살을 선택하는 노기 장군을 언급한다. 사무라이 정신을 상징하는 할복은 자살이지만 개인 스스로가 선택하는 죽음이 아니다. 천왕 체제의 군국주의로 향하는 일본에서 이러한 사무라이의 할복의 내면화는 국가의 대의를 위한 죽음이었다. 소세키는 K의 자살을 통해서 개인의 선택을, 선생님의 죽음을 개인이 아닌 국가와 혼재된 자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와 타인의 미묘한 관계에서 사건을 확대 시키는 일본 문학의 특징과 반대로 일본 사회는 국가라는 정체성을 우선 시 한다. 개인은 국가를 위해(대의적 차원에서 천왕을 위해, 현재는 일왕)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이다. 일본의 근대를 살았던 소세키는 이를 인정하면서 개인주의를 문학에 투영시키고자 했다. 소소한 이야기와 감정들로 거대 담론과 맞서면서 때로는 타협하는 방식의 현대 일본 문학의 형식이 소세키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나는 미래에 모욕당하지 않기 위해 현재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겁니다. 나는 지금보다 더 외로운 미래의 나를 견디기보다 외로운 현재의 나를 견뎌 내고 싶은 겁니다. 자유와 자립과 자아로 가득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모두 그 대가로서 이 고독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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