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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리바이어던 Leviathan: 홉스와 욥의 현대적 이야기

NO WAVE 2014.10.10 22:41




영화 제목은 구약 성경 욥기에 등장하는 괴물 "리바이어던"과 토마스 홉스의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을 다룬 책 "리바이어던"과 같다. 우선 성경의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이름으로서, 인간의 힘을 넘는 매우 강한 동물을 뜻한다. 이런 신의 존재를 비유한 괴물을 홉스는 국가라는 거대한 창조물을 이 동물에 비유한 것이다. 영화에서 리바이어던의 이야기는 두 명의 신부에 의해 읊어진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동거녀와 함께 사는 니콜라이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의 집은 선대로 부터 내려온 북러시아 바렌츠 해 연안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를 수리하는 니콜라이는 생선 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그의 동거녀와 함께 생계를 이어가며 살아간다. 어느 날 니콜라이는 동창인 옛 친구이자 모스크바에서 변호사를 하는 디마를 마을로 부른다. 시장인 바딤에 의해 니콜라이의 집은 시의 공공개발 지대로 묶인다. 니콜라이는 꼼짝없이 소액의 보상금만을 받고 시내의 낡은 아파트로 이주해야만 한다. 공공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선대 때부터 살던 곳에서 쫓겨나야 하는 니콜라이는 소송을 걸지만, 법원의 판결은 항소가 기각된다. 변호사인 디마는 시장인 바딤의 부패와 검은 거래 목록으로 제대로 된 보상금을 요구한다. 그러나 중앙권력과 연결돼 있고, 강력한 종교 권력인 러시아 정교의 뒷배경으로 디마의 요구를 폭력으로 무마시킨다. 소시민, 한 명의 개인인 니콜라이는 강력한 국가권력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고, 동거녀와 디마의 관계로 말미암아 점점 파국에 이른다. 니콜라이와 디마, 디마와 동거녀, 시장과 니콜라이, 시장과 신부교구장의 욕망은 러시아라는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거대한 괴물 리바이어던처럼 휘몰아친다. 



영화는 욥과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양면처럼 등장한다. 

“우리 시민이 평화와 안전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은 불멸의 영원한 신 하나님 아래서 우리를 통치하는 유한한 신, 곧 리바이어던의 덕분이다.” 홉스에게 리바이어던이란 시민의 생명을 지상의 폭력적인 죽음으로부터 보호하는 국가통치권자로서의 정부를 지시하는 이름이다. 이제 욥의 이야기에서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들의 온갖 자만과 교만을 압도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가진 리바이어던을 불러내어 이를 다시 거만(pride)의 왕이라고 명명했다."


니콜라이에게 국가는 신의 존재를 위한 리바이어던인가? 홉스의 자유로운 시민을 위한 국가계약론을 위한 리바이어던인가? 친구와 동거녀와 모든 것을 잃은 니콜라이는 마트에 갔을 때 신부(아마도 이 신부는 정치권력 보다는 가장 아래에 머물러 있는 교회의 신부일 것이다)에게 '신은 왜 의롭게 살아가는 이에게 축복보다는 고통을 주느냐?'고 질문한다. 이에 신부는 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항상 의로운 욥은 자신의 고통 때문에 하나님에게 악담을 퍼붓는다. 욥은 사고와 전염병으로 재산을 모두 날리고, 도적 떼가 몰려들어 낙타를 죽이고 집이 파괴한 후 자식들은 살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욥은 피부병에 걸려 고통을 당한다. 사람들은 욥이 죄악이 있어 신에게 저주의 벌을 받는다고 말하지만, 욥은 혹독한 재앙을 당함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하느님이 나타나 욥의 고통에 대해 답하는 대신, 당신의 초월적인 권능에 대해 감히 인간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답을 한다. 이렇게 욥은 신이 존재하기 위한 존재이다. 단순히 선악의 문제보다는 인간이 살아가는 테두리 범위에서 항상 신은 존재한다. 


기독교 국가는 각각의 국가가 자신의 교회라는 것이고, 구원받기 위해서 요구되는 두 가지 사항은 신앙과 복종인바, 이 신앙의 본질은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믿는 것이라고 마지막 니콜라이의 집이 헐리고 그 장소에 올라간 교회에서 최고 권력의 신부는 설교한다. 이렇듯 영화에서 두 리바이어던의 의미 충돌은 국가와 신의 복종은 각자가 자신의 정부에 복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리바이어던은 바로 근대 국가이다. 만약 니콜라이가 성경의 욥과 같다면 그는 신의 권능의 테두리에 있는 리바이어던이라는 국가, 곧 신의 존재에 대한 답을 얻어야만 했다. 그러나 니콜라이는 국가로부터 모든 고통을 당한 한 개인의 욕망마저 박탈당한 죄인일 뿐이다. 홉스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자연 이성의 명령인 자연법에 따라 맺게 되는 사회계약의 결과 통치권을 부여받은 인공적 인격체로서 시민이 평화와 안전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은 불멸의 영원한 신 아래서 통치하는 유한한(mortal) 신, 곧 '리바이어던'의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 국가가 과연 홉스의 바람대로 됐을까? 라고 감독은 영화에서 현재의 러시아와 모든 괴물같은 국가 체계에 질문한다.



*영화 포스터을 보면 해안가에 커다란 고래 뼈가 등장한다. 실제로 영화의 풍경에 자주 등장한다. 이 커다란 고래 뼈는 성경의 괴물 리바이어던처럼 보인다. 감독은 영화를 위해 철제로 제작하고 색깔을 칠한 고래 뼈를 모스크바에서 제작하여 공수해왔다고 한다.

**바렌츠의 해의 풍광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대자연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풍경 아래 인간은 한 없이 작게 느껴진다. 거대한 자연과 신 그리고 거대한 체계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무기력함과 무한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국가 권력의 부패와 체제를 비판하는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 정부 부처인 문화부의 지원으로 제작됐다. 검열이 심한 러시아에서 과감하게 내부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참고로 상영 승인이 안됐다가 최근에 풀렸다고 한다. 아마도 유수 영화제와 전세계 평론가들의 호평 때문이지 않을까. 참고로 이 영화는 2015년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러시아 유머가 의외로 재미있더라. 니콜라이 대상 중에 북러시아 유머는 이렇다라는 대사가 공감이 됐다. 특히 스탈린, 후르시쵸프, 고르바쵸프와 엘친 등 역대 소비에트 연방의 권력자들의 사진이 등장시켜 우화시키는 장면은 재미있었다.

*****2015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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